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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경쟁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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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31 15:20
 
▲ 한국가스기술공사 인천기지지사 박계원 관리팀장
 
 
 
〔명사 칼럼〕
 
 
공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경영실적과 재무성과, 조직의 규모와 사업 확장만으로 공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까. 민간기업이 시장 경쟁과 이윤 창출을 중요한 경영 목표로 삼는다면, 공기업은 여기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가치를 더해야 한다. 공기업은 국민 생활의 안정과 국가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순한 수익성이나 외형적인 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얼마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두터운 신뢰를 쌓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1995년 한국가스기술공사에 입사해 30여 년간 공기업 조직에서 근무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조직의 성과는 어느 한 부서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의 전문기술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과 예산, 회계, 계약 등 관리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모든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조직의 경쟁력이 완성된다. 특히 국가 에너지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공기업은 작은 업무 하나에도 국민의 안전과 생활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천연가스 생산기지와 공급설비, 배관시설 등의 유지·보수 및 기술 업무를 수행하며 국가 에너지 기반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에너지는 산업시설의 가동에서부터 가정의 난방과 취사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평상시에는 에너지 공급체계의 중요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그 파급효과는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에너지 공기업은 공급의 효율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신뢰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특히 에너지 기반시설의 안전관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정기적인 설비 점검과 체계적인 유지·보수, 현장 직원의 전문성 강화, 지속적인 안전교육과 위기 대응체계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에너지 공급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이며, 이러한 역할은 현장의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조직 전체를 뒷받침하는 관리 행정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회계와 총무, 예산 등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공기업의 경쟁력은 현장의 기술력과 이를 지원하는 관리체계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발휘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필요한 예산이 적기에 편성·집행되지 않거나 계약과 행정절차가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리 업무는 단순히 서류를 처리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보조적인 기능이 아니라 조직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업무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며, 현장 부서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경영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의 관리 업무에서는 무엇보다 원칙과 투명성이 중요하다. 공기업의 예산은 개인이나 특정 부서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할 공공자산이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하며, 예산 편성과 집행, 계약과 회계처리 등 모든 과정에서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작은 금액이라도 집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 계약 과정에서는 공정성을 확보하며, 업무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때 불필요한 비용과 업무상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 안팎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결국 투명한 관리 행정은 조직 운영의 부담이 아니라 공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오늘날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윤리경영과 지속가능경영으로 이어진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 운영을 실천하는 것은 이제 기업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특히 공기업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 공정한 조직 운영이 본질적인 책무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에너지 공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은 외형적인 구호나 일회성 캠페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며, 협력업체와 공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상적인 실천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책임경영은 변화하는 에너지 산업의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 전략과도 연결돼야 한다. 세계 에너지 산업은 탄소중립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수소경제의 발전,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역시 기존 천연가스 설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라는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기술역량을 확보해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안전성,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기술 도입 자체를 성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안전을 높이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하며 공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설비관리 체계의 발전은 에너지 공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설비 운영 자료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사고 예방은 물론 유지·보수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역량과 결합돼야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조직의 인재 육성과 세대 간 경험 전승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공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오랜 기간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에게는 규정과 업무편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이러한 경험이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고 후배 직원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된다면 조직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젊은 직원들이 가진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인 생각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선배 세대는 경험을 나누고 후배 세대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며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할 때 조직은 더욱 유연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조직의 미래는 제도나 기술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신뢰에 달려 있다.
 
돌이켜보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는 나에게 조직과 직장생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 중요한 시기였다. 당시 본사 인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조직의 구조조정과 동료들의 퇴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직장도 경제위기와 시대적 변화 앞에서는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 경험은 조직의 안정이 단순히 외형적인 규모나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상호 신뢰,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이후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도 이러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30여 년간 이어온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소중하게 남는 가치는 겸손과 정직,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이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며 직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직장생활뿐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아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그 신뢰는 거창한 구호나 일회성 성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는 직원의 책임감, 관리 부서에서 예산과 계약을 투명하게 처리하는 원칙,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오랜 시간 쌓이면서 형성된다. 시대가 변하고 에너지 산업의 구조가 달라져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공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30여 년의 공기업 생활을 통해 얻은 결론도 다르지 않다. 공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과 원칙, 그리고 국민을 향한 책임에서 나온다. 겸손하게 배우고 정직하게 일하며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조직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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